개인이 풀기 어려운 문제를 연대의 힘으로 풀어나가는 멋진 여성 커뮤니티와 기업을 소개하는 심플스텝스 인터뷰 시리즈! 그 네 번째, 재미한인여성과학기술자협회, KWiSE(Korean-American Women in Science & Engineering)를 지난 2021년 8월 7일 줌으로 만났습니다.

참석자: 김자영 회장, 전미현 부회장, 고민희 재무 디렉터, 문성실 홍보디렉터, 박보영 교육 디렉터, 박혜성 IT 디렉터 , 안소현 IT 디렉터

Q. 재미한인여성과학기술인협회 KWiSE를 소개해주세요.

 (김자영, 전미현) KWiSE는 2004년에 회원 간 네트워크를 만들고, 커리어 개발을 위한 기회를 연결하는 등의 미션으로 설립된 비영리 여성과학자 엔지니어 단체입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여성으로서 과학,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회원제 커뮤니티입니다. 이공계를 전공한 여성은 누구나  KWiSE.org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할 수 있고 별도의 가입비는 없습니다. 현재 LA, 샌디에고, 텍사스, 동남부(조지아, 앨라배마, 플로리다), 워싱턴 DC, NIH, 뉴욕/뉴저지 챕터가 있습니다. 현재 제8대 운영진과 각 지역 임원진은 KWiSE 본부 및 전미 지역에 걸쳐 7개의 지역별 로컬 챕터에서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 활동하고 계세요. 700여 명의 회원이 등록되어 있고, 전공별 구성은 바이오, 제약, 의학 분야가 60퍼센트이고 엔지니어링이 40퍼센트입니다. 회원들은 대학 및 대학원 과정, 박사 후 과정, 펠로우 트레이닝, 패컬티, 정부기관, 회사, 정부 출연 연구소 등 다양한 기관과 기업에 소속되어 있어요. 80-90퍼센트가 현업 종사자이고 10~20퍼센트는 학생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있는 조지아 주 애틀란타 지역에는 바이오  분야 종사자들이 80-90퍼센트에 달하는 등 지역별 차이가 있어요.

 

Q. 이공계 여성들을 위한 단체들 중에서 KWiSE만의 특별한 점은 어떤 것일까요? 

 (김자영) 미국에서 전국을 아우르는 한인 여성과학기술계 프로페셔널 단체로는 유일하다고 알고 있어요. 과학기술계 내에서 여러 분야와 직종, 폭넓은 나이대와 여러 지역에 분포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점에서 다양성과 역동성이 우리 단체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KWiSE는 독립된 단체입니다. 여성과학자들의 성장과 커리어 개발을 위해 자발적으로 출발했고 독립성을 20년 동안 지속하고 있어요.

(문성실) 로컬 챕터마다 개성이 특화된 점도 꼽을 수 있어요. 학교, CDC, 미 국립보건원(NIH)에 계신 분들, 지역 특성상 전공분야도 다르고, 색깔도 다른 점이 독보적인 것 같습니다. KWiSE처럼 지역마다 각 챕터를 집중적으로 성장시키면서 또 HQ가 있는 단체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고민희) 우리는 비교적 특화된 직업을 갖고 있어서 한 지역에서 나와 비슷한 직업인을 만나기 쉽지 않아요. 여기 KWiSE에서는 나와 같은 고민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과 회사나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점, 박사님 한 분 한 분과 개인적으로 연결되고 많은 분들을 알게 되는 점 때문에 이렇게 20년 동안 지속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우리가 현재 하는 연구는 특성상 일의 결과가 현재에 있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일입니다. 수 천 명의 과학자들이 그 많은 밤과 낮, 오랜 시간을 갈고닦아서 쏟아부은 노력이 그래프에 점 하나로 찍힙니다.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이 한 줄의 문장을 만들기 위해서 수 천 명의 과학자가 매달렸다고 말합니다.

지치고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한 발짝만 더 나아가자라고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면서 여기까지 왔어요. KWiSE 구성원분들이 대부분 비슷한 삶을 살고 있어서 서로 보기만 해도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를 귀하고 고맙게 여깁니다. 그런 면에서 강력한 연대감, 그 연대감의 지속성도 특별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KWiSE의 운영진이자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느끼고 얻게 된 여러분들의 경험을 좀 더 듣고 싶어요.  

 (박혜성) 저의 경험으로 보면, KWiSE는 ‘성장 기회의 장’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특히 워킹맘들에게 KWiSE는 큰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KWiSE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은 미국 거주 여성과학자들끼리 정보를 제공하면서 서로 동기 부여와 큰 위로가 돼요. 미국에서 유학하고 직장을 잡고 육아를 하는 주부로서, KWiSE를 통해 저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되고, 비슷한 상황의 다른 많은 분들이 어떻게 극복했는지 보면서 제가 더욱 발전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보영) 펠로우 트레이닝할 때 제일 고팠던 건 롤모델이었습니다. 그전에 만났던 상사들은 저와 상황도 입장도 너무 다른 분들이셔서 제가 느꼈던 괴리감이 컸습니다. 그분들은 나보다 유리한 점도 많아서 제가 분리 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KWiSE 커뮤니티에 조인하면서 여러 선배들을 자주 만나면서 나도 저분들처럼 될 수 있고, 나 역시 후배들에게 그런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더 잘 해낼 수 있었습니다.

 (안소현) 2018년에 들어온 새내기인 저도 다른 두 박사님과 마찬가지로 크게 위안을 받았습니다. 과학 엔지니어 모임이라고 하면 되게 딱딱할 것 같았는데, 매월 세미나에 갔을 때 아이 둘을 키우는 육아 맘인 저에게 너무 격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경력을 되찾고 싶다고 이야기했을 때 말씀으로 도움을 주셨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조언과 발표의 기회를 주셨습니다. 실제로 저는 그 발표를 원동력 삼아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KWiSE는 따뜻하고 서로에게 힘을 주는 단체라는 점이 특별하다고 느꼈습니다.

 (전미현) 저는 동남부 챕터 10년 차인데 그 사이에 서로 언니 동생 친구가 되었어요. 주 1회 식사 모임에서 정서를 나누고 커리어 고민을 나누며 관계가 돈독해졌어요. 타국 생활에서 큰 위안이 되어 감사합니다.

 

Q. KWiSE가 하는 일, 중점을 두고 있는 활동에 대하여 말씀해주세요.

 (김자영) 여성 과학자의 커리어 성장에 중요한 것들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어요. 먼저 연구 프로그램으로는 연간 컨퍼런스와 지역별 컨퍼런스가 있습니다. 지역별 컨퍼런스는 프로페셔널 커리어 멘토링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지요. 그리고 프로페셔널을 위한 각 지부별 멘토링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일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실질적인 트레이닝을 제공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몇 년 전부터 멘토링 프로그램을 강화해서 멘토-멘티 관계를 맺어주고 있는데 각 지역 챕터별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1분 스피치(엘리베이터 피칭), 레쥬메와 커버레터 작성, 제안서 쓰기, 연설 및 발표 연습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어요. 그리고 뉴스레터, 유튜브, 소책자 등도 꾸준히 발행합니다.

한국에 있는 한국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재단 WISET와의 조인트 프로그램에서는 Zoom으로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고, 재미 과학자 단체와 공동으로 여성 포럼을 진행합니다. 대학원생 대상으로는 각 전공에 자리 잡고 계시는 롤모델 분들을 모시고 스템(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토크 콘서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0년부터는 10대 학생들의 커리어 고민과 전공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중고교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새롭게 만들고 확장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스템 페어, 사이언스 페어, 로봇 페어 행사 등을 운영합니다. 학생들이 전공을 정하는 시기에 스템이 무엇인지 무엇을 배우고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미리 파악할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해요.

 (문성실) 코비드 관련 포럼도 저희 KWiSE가 주최해서 한국 미국 코비드 전문가분들을 모시고 세 차례 진행했습니다. 미국 로잘린드  프랭클린 재단(Rosalind Franklin Society) 못지않게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시의성이 있는 토픽을 다루는 데에 있어서 저희 여성과학자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호응도  좋았습니다. KWiSE는 아시안 혐오 범죄에 대한 성명서도 내었고 각 지부에서 사회참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누군가가 KWiSE에 100억을 쾌척한다면, 즉 리소스의 제약이 없다면 무엇에 어떻게 쓰고 싶으세요?

 (전미현) 롱텀 미션과 목적별로 구분해서 쓸 수 있도록 재단을 만들어 운영하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경력단절과 관련한 커리어 개발, 차일드 케어 등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도 쓰고요.

 (고민희) 저는 재능 있고 재정이 어려운 학생들이 꿈을 키우도록 재정적 서포트를 해주고 싶습니다. KWiSE 1대부터 현재 8대까지 일정 펀드를 세이빙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박혜성) 새내기인 안 선생님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그 지점에 있는 여성과학기술인들을 도울 수 있는가 생각합니다. 육아에 올인하는 재원들에게 적합한 여건과 장치를 마련해주는 데에도 쓰였으면 합니다.

 (문성실) 멜린다와 맥킨지가 4,000만 불을 여성 기술증진을 위해 기부하듯 그런 멋진 일을 우리도 한 번 해보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연구면에서 보면, 연구비 없는 유능한 여성 과학자를 위한 연구비 지원을 했으면 합니다. 하워드 휴즈 메디컬처럼 논문 등 아무 조건 없이 마음껏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지원금으로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 KWiSE가 그리는 KWiSE의 모습은 어떤가요?

 (김자영) 저희는 각각 다른 생애 주기에 있는 모든 여성을 돕기 위한 단체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현재 성공한 여성 과학자가 있더라도 다음 세대를 키우지 않으면 10년, 20년 후는 모르는 일이에요. 파이프라인을 지금부터 견고하게 만들고 싶어요. 전공을 선택하고 공부해서 계속 이 진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단체로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민희) KWiSE가 우리 여자들끼리도 서로 도와주면서 서로 발전을 도모해보자고 하며 샌디에이고 한 연구소에서 작은 모임으로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저는 2004년에 합류했습니다. 이후 미래를 위하여 우리보다 주니어들 즉 칼리지, 중고교생에게 주목하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2010년 이후 커뮤니티 아웃리치가 확대된 점이 그런 방향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체계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잘 되기를 기대합니다.

 (문성실) 십 년 전에 CDC에서 한국어가 모국어인 여성 연구원은 저를 포함하여 3명이었는데 지금은 10여 명으로 늘었습니다.  누군가가 이 직장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이력서 리뷰를 지원해주거나 그 외에 정부지원 문서, 스테이먼트 리뷰를 해줍니다. 나도 도움을 받았으니 다른 분들을 위해서 도움을 드리게 됩니다. KWiSE를 통해서 이런 사례가 많이 늘었는데,  이런 점은 고무적입니다. 그리고 미국 문화의 특성상, 항상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내 의견을 당차게 밀고 나가야 하는 그런 직장 문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서로 용기를 줍니다.

 (안소현) 미국에서 KWiSE를 알게 되어 너무 좋아요. 저는 고교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데, 앞으로 커나갈 친구들을 도와주는 것이 계속 쌓여서 언젠가는 과학기술계 상위 직급에서도 여성들이 실력을 맘껏 펼치는 미래를 만드는 단초가 되겠구나 싶습니다. 커리어뿐만 아니라 여성 삶의 롤모델분들과 함께 일한다는 생각에서 항상 감사합니다.

 

Q. KWiSE가 여러 훌륭한 일을 해온 것을 자세히 알게 되니, 이런 활동이 널리 더 많이 확산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맥락에서 미션을 공감하는 다른 여러 단체들과 협업할 계획이나 바람이 있을까요? 

 (김자영) 저는 한 사람의 한 마디가 다른 어떤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한 마디의 역할을 하는 우리들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는  외부에서 “자본을 댈 테니 해보라”라고 해서 시작한 조직이 아닙니다.  20년 전 여기 미국에서 여성으로서 과학기술인으로 어렵게 버티며 사시던 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단체입니다. 그 첫 마음, 그 정신을 오래오래 유지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회원분들 간의 내부 결속력의 바탕이 된 ‘시스터 후드’의 힘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커리어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 선배들이 사라지는 것을 종종 봅니다. 우리는 커리어 현장을 전쟁터, 배틀필드라고 하지요. 그래서 서로 동지라고 생각합니다. 동지로서 더 끈끈하고 서로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서로가 어떤 어려움을 버텨내고 거기에 서 있는지 말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어요.

다른 여성단체들과도 힘을 합해서, 각 커뮤니티의 개성을 유지하되 협업하면서, ‘따로 또 같이 콜라보’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주로 한국에 계시는 여성과학자 단체와의 협업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미주 쪽에서는 대부분은 남녀 단체에서의 여성분과 식으로 있는데 대외적으로 여성분과로 보이지 않도록 유의하고 있습니다.

 (전미현) 한국여성과총 여성과학자 단체 두 군데, 재외동포재단, 위셋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심플스텝스와도 공유하는 미션을 갖고 콜라보하면 좋겠습니다.

 (문성실) 10 년 전 KWiSE동남부지부를 설립하던 첫날 제게 리더를 하라는 권유에 아직 부족하다며 쭈뼛거리는데, 본부 회장님이 저에게 하신 한 마디가 있습니다.  “그럼 빨리 크세요”. 그 한 마디가 저에게 큰 동력이 되어 십 년간 열심히 컸습니다(웃음). 우리 단체의 성장 자체가 그 한 마디가 되어 다른 커뮤니티에게도 그런 동력을 줄 수 있는 커뮤니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꿈이 있습니다.

(박혜성) 여성만의 신체 및 환경의 어려움이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항상 생각하는 것은, “성급하게 생각 말고 조급하게 여기지 말고, 다만 놓치는 말고, 거북이걸음으로 계속 걸어 나가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나가면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Interview date: August 7, 2021

Written by Teri Park

Edited by Jiyoon Yoo, Bokyung Kim, Doyeo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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